[작가와 함께하는 글쓰기 컨설팅] _ 34. 접속사를 남발하지 말라

글쓰기 바로 알기 2020. 5. 7. 17:39

쪽과 다른 한쪽을 연결하는 것을 접속이라고 한다.

서로 잇는다는 것은 끊기지 않고 다음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한다는 의미다.

끊어진 다리를 이어주고, 사람 간의 갈등을 제삼자가 관계를 개선해주기 위해 접속하게 되고, 결혼에서는 중매쟁이가 중개 역할을 잘해서 서로 합일하게 만들기도 한다.

무슨 일이든 가운데서 서로의 관계를 잘 잇게 해주면 부작용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너무 지나치면 문제가 있다.

예전에 필자가 글쓰기를 가르친 적이 있었는데 대개의 아이는 접속사에 목을 매는 것 같았다.

일기장이나 독후감 등을 보면 접속사가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마치 접속사가 없으면 글을 못 쓸 것 같았다.

그 한 예를 들면

 

나는 아침에 일어났다. 그리고 세수를 했다. 그리고 밥을 먹었다. 그리고 이를 닦았다. 그리고 가방을 챙겨 현관 밖으로 나왔다, 학교에 가다가 보니까 준비물을 갖고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집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부리나케 색종이, 가위 등 준비물을 가방 속에 넣었다. 가방이 무거웠다. 그래서 양쪽 손에 번갈아 가며 들고 갔다.

위의 문장을 보면 접속사 ‘그리고’, ‘그래서’가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필자는 아이에게 접속사를 빼고 쓰지 않겠냐며 물었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접속사를 빼고 한번 읽어보라고 주문했다.

아이는 접속사를 제거하고 읽어보았지만, 여전히 어색한 모양이다.

그래서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글을 쓴 사람은 평소에 습관적으로 접속사를 쓰기 때문에 접속사를 빼면 당연히 이상할 수밖에 없단다.

그런 습관은 함께 고쳐 나가보자. :)"

여기서 위의 문장을 접속사 없이 한 번 정리해보자.

 

나는 아침에 일어났다. 세수했다. 밥을 먹었다. 이를 닦았다. 가방을 챙겨 현관 밖으로 나왔다. 학교에 가다 보니까 준비물을 갖고 오지 않았다. 나는 집으로 되돌아갔다. 부리나케 색종이, 가위 등 준비물을 가방 속에 넣었다. 가방이 무거웠다. 양쪽 손에 번갈아 가며 들고 갔다.

 

필자가 보기에 크게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글이란 의미 전달만 되는 것이다.

문장 간에 의미 전달이 되지 않으면 그땐 접속사를 사용하든 어떻게 하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위의 문장 경우에는 접속사를 모두 빼더라도 이야기 전개상 문제가 없는 것 같다.

만약 문장 간 연결이 어색하다면 줄을 바꾸는 방법도 있고,

문장을 합치거나 엇비슷한 의미로 바꾸면 해결할 수 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세수부터 했다. 황급히 밥을 먹고 나서 이를 닦았다. 어젯밤에 챙겨둔 가방을 둘러매고 용수철처럼 현관문에서 튀어나왔다.

학교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다가 뒷머리가 시큰했다. 준비물을 책상 옆에 두고 온 것이다. 할 수 없이 집으로 되돌아와서 색종이와 가위를 가방 깊숙이 넣었다. 가방은 돌덩이를 넣은 것처럼 무거워서 양쪽 손에 번갈아 가며 힘들게 학교로 향했다.

 

 

위의 글에서 보듯 접속사 없이 자연스럽게 문장이 이어지고 있다.

중간에 줄 바꾸기를 해서 상황을 더욱더 자연스럽게 이끌기도 한다.

이처럼 접속사를 쓰지 않고 얼마든지 문장을 써나갈 수 있는 것이다.

접속사는 군더더기가 될 소지가 많다.

하지만 꼭 필요한 예도 있다.

접속사가 있다는 것은 나름대로 쓰임새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부터라도 접속사 없이 문장을 써 보라.

 

아마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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