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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함께하는 글쓰기 컨설팅] _ 26. 책을 너무 많이 읽으면 독이 될 수 있다
요즘 독서에 관해 관심들이 많다.
눈에 띌 만큼 작은 도서관들도 하나둘 보인다.
학생 중에는 초등학생이 다른 중, 고생보다 독서량이 높은 편이다.
우리 주변에 독서와 관련한 학원이나 공부방이 더러 있다.
대개 1주일에 한 권씩 읽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일 년으로 계산하면 50권 정도 읽는다는 얘기다.
물론 그 이상으로 읽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책을 읽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도 없기 때문이다.
무릇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책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문장 하나하나까지 관심 두고 들여다보며 자기 문장과 비교하기도 하고 때로는 학습하기도 한다.
이러한 태도는 글 쓰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책 속에서 자기 능력을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의 늪에 빠트리기도 한다.
특히 명문장이나 유명인의 작품이면 더욱더 관심을 두고 쳐다본다.
때로는 자신도 충분히 그 정도 글은 쓸 수 있겠다 하고 자신감을 가진다.
그렇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펜을 들면 생각잖게 한 줄도 잘 쓰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글쓰기는 오랜 숙련이 필요하다. 붕어빵처럼 금방금방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라 하는 말은 숱하게 주변에서 들어온 얘기다.
책을 많이 읽다 보니까 나도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일까.
하지만 책을 많이 읽게 되면 호불호로 갈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필자가 아이들 글쓰기 교육을 지도하면서 느낀 게 있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대체로 자기 글로 보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이야기 내용도 엇비슷한 경우가 많았고, 문장도 기존 책에서 보았던 뭔가 냄새나기도 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기 문장은 없고 남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놓았다고나 할까.
다음의 경우는 꽤 힘든 경험 사례다.
“이거 네가 쓴 거 맞니?”
라고 물었을 때 아이 입에서 대뜸 튀어나오는 말은
“제가 쓴 거예요.”
하고 거리낌 없이 말했다. 그래서 재차 다시 물었다.
“내가 어디서 본 것 같아서 물어본 거야.”
그 말에 갑자기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억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귀를 의심하면 모른 척 넘겼다.
그 후 필자는 애가 쓴 글을 밝혀 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그 글의 진위를 알아냈다.
아이가 남의 글을 도용했든지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쓰게 된 건지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아이에게 다시 글의 출처를 물었고, 아이가 쓴 글과 유사한 책을 보여 주었다.
아이는 짐짓 놀랐지만 그렇게 죄의식은 없어 보였다.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썼다는 것이다.
나는 믿었다.
아이는 흡수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발생한 일일 거라고 여겼다.
필자는 이 경험에서 얻은 결론 많은 책을 읽으면서 책에 나오는 문장이 자기 자신의 문장을 덮어버렸다고 생각했다. 자기도 모르게 남의 문장이 따라오는 것이다.
어쩌면 그 아이도 피해자인 셈이다.
사물은 주변 환경에 의해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움이 되기 위해 책을 읽은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자기 개성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책을 가까이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는 다시금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작품이 자기 개성이 없고 기계적이고 건조한 지식만 전달하는 것이라면 향기 없는 꽃과 뭐가 다를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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