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함께하는 글쓰기 컨설팅] _ 37. 글을 잘 쓰려면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보라?

글쓰기 바로 알기 2020. 5. 12. 19:18

 

단 데뷔한 초기에 원로 작가를 만난 적이 있었다.

카페에서 만났는데 원로 작가는 내 나이 또래의 젊은 여성 작가와 함께 있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원로 작가 선생이 나한테 말하길

글을 잘 쓰려면 김 작가처럼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봐.

 

옆에 앉아 있는 여성 작가를 가리키며 하는 말이었다.

필자는 수용하겠다는 뜻을 건성으로 표시했다.

드라마든 영화든 시청해서 덧날 것도 없으니 그냥 고개를 끄덕거려 주었는지 모른다.

이 친구도 영화를 엄청 많이 보고 있거든.

 

하면서 맞은편에 앉았던 여성 작가를 가리키며 말했고,

그 여성 작가도 영화가 도움 된다는 뜻을 내게 확인시켜주듯 했다.

영화도 하나의 이야기다.

이야기 전개 과정이 소설을 쓰는 과정과 유사하다.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로 각색되는 경우도 많다.

큰 틀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원로 작가의 말이 충분히 이해되고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필자도 동의했다.

다만 필자의 개인 생각으로 일부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그 일례로 등장인물을 한 번 언급해보고자 한다.

영화에서 주인공 비중은 실로 클 수밖에 없다.

주인공을 어떤 배우로 기용하느냐에 따라 관객 수가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특히 주목받는 인물을 선정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문제가 달라진다.

만약 사극에서 백성을 사랑하는 의인(醫人)이 있다고 했을 때 그 의인의 인물 됨됨이는 거기에 걸맞은 배우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유명 배우라는 이유로 성품이 거칠거나 간악하거나 조삼모사 하거나 음탕한 성질을 가졌다면 캐스팅에 있어서 유의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극에서는 이를 거부하기라도 하듯 무조건 인기 배우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많다.

호랑이는 호랑이 다워야 하고, 천사는 천사다워야 한다.

도둑놈한테 양의 탈을 씌울 수는 없는 일이다.

간신배 관상을 가진 사람에게 영웅호걸 역을 맡긴다면 그것은 무리가 있다.

이는 상술에 의한 관람객 기만행위가 될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 비하면 문학작품은 대체로 신선한 편이다.

영화처럼 인기 배우를 등장시켜서도, 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만화에서는 작가가 고정적인 인물이 있지만, 문학작품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영화와 문학작품은 나름대로 차별성이 있다.

공간적 배경이나 이야기 전개 방식, 심리 등등 여러 부분에서는 대체로 공감하기도 한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문학작품과의 차별성을 잘 인식하고 접근하라는 것이다.

막말로 무조건 영화만 본다고 해서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은 버렸으면 한다.

영화를 보고서 내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일에 전문 상식이 없으면 상대의 뜻을 거름망 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일이 많다.

나중에 거기에 대한 지식이 생기게 되면 그제야 ‘아 속았군! 괜히 시간만 낭비했어.’ 하며 후회하게 된다.

그래서 하나의 영화를 보더라도 사람에 따라 얻게 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영

화에 대한 상식이 제대로 있다면 봐서 유익한 영화인지 아닌지를 잘 구별해서 관람 여부를 결정한다.

물론 위에서 언급했든 원로 작가도 좋은 영화를 많이 보라는 뜻에서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영화로 말미암아 크게 문학적 도움을 받은 것 같지는 않다.

사실 글을 처음 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써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유명한 작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따라 하고 싶어 한다.

그들의 문장을 수십 번이고 필사하며 습작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집 밖을 나가면 우리들은 무수히 많은 길을 만난다.

반듯한 길, 지렁이처럼 좁고 굽은 길, 한없이 넓은 길, 꺾어진 길, 골목길 등은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접해 보았던 길이다. 길과 마찬가지로 글 쓰는 방법도 수십수백 가지다.

 

어떤 방법을 차용하든 그로 인해 자기 개성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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