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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교육] '틈'의 중요성
안녕하세요. 정 많은 정쌤입니다. :)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자주 겪는 일이기도 합니다.
활동지를 하면서 금방금방 써내는 아이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정독을 했는지를 검사하는 부분은 잘 읽었다면 빨리빨리 적어 낼 수 있죠.
긴 호흡의 문장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깊이 있는 생각을 요구하는 질문에 답변을 눈 깜짝할 새 완성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설명한 후 생각할 시간을 주고
몇 걸음 옮기자마자
"선생님 다했어요!"
아이의 빨리 쓰기 능력에 놀라 종이를 확인해보면
걱정이 파도가 되어 밀려옵니다.
바로 '깊이 없이 대충 마무리한' 글이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아이니까 그럴 수 있겠다, 그래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거야.
이렇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아직 어리니까요.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면 저학년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었고,
수업을 할수록 명확해져 가는 것은 바로 '사유의 힘'의 부족이었죠.
학년이 높은 아이들과의 수업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간단하고 줄어드는 우리의 말의 관습적 사용 때문이기도 하죠.
또한 '사회의 흐름적인 분위기가 문제야'라고 못 박듯이 말할 수도 없습니다.
사회의 트렌드를 바꾸고 소비하는 것은 '우리들'이니까요.
개인적인 견해로 아이들의 일상에는 '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생각할 '틈' 말이죠.
일어나서 학교 가고 학원 가고 정신없이 숙제하고 엄마 잔소리 듣고 친구랑 핸드폰으로 톡 하고 게임하고 유튜브 보다 보면 어느새 하루는 다 갑니다.
곰곰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하늘 아래 살고 있는 우리가 오늘의 하늘색을 모르는 것처럼 말이죠.
책을 읽으며 책을 통해서 끊임없는 사유를 할 수 있지만
책을 통한 생각이 채워 줄 수 없는 것이 있기 마련이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과, 동양의 사상가들은 끊임없이
만물과 인간에 대한 사유를 놓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심각한가요? ㅎ)
이들은 위대했으나, 보통의 사람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려운 철학을 말할 수 없으나
'틈'이 있다면 스스로 철학적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아이들에게 '틈'이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가로수 밑 풀 한 포기를 관찰하는 것
계절별로 불어오는 바람 냄새를 구분하는 것
하나의 물음에 끊임없이 말하고 쓰고 싶은 게 터져 나오는 것
이런 소소한 것들입니다.
깊이 있는 생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1. 스마트폰과 TV를 잠시 멀리하기
우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무조건 그래야 한다가 아닌 점을 유의해주세요.
(스마트폰을 이용해 유용한 정보를 찾을 수 있고, TV에는 좋은 프로그램도 많거든요.
엄마가 판단했을 때 유익한 프로가 있다면 꼭 보여주세요.)
아이들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꽤 오래됩니다.
아마 현실적으로는 스마트폰이 훨씬 더 우세할 거예요.
스마트폰과 TV는 화면에서 나오는 내용을 1차원적으로 받아들이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일방적이라는 것인데요,
그래서 우리는 내용을 소비하는 만큼, 생각할 수 없습니다.
뇌는 편합니다.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니까요. 생각을 깊이 하려면 뇌에게 책 읽기, 글쓰기, 고민하기와 같은 활동이 필요합니다.
2. 시간이 난다면 밖에 데리고 나가기
밖에서 활동을 할수록 아이는 핸드폰이나 TV에 의지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다고 마냥 밖에 나가서 노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차분한 숲길을 걸어보거나,
새로운 전시회나 공연 관람해보세요.
요즘은 개방형 무료 전시회나 외부 관람도 있으니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위에 링크한 이유도 바로 같은 맥락인데요.
새롭고 접하지 않은 환경에서 아이는 색다름을 느끼고 즐거워할 수 있어요.
날이 덥다면 달콤한 아이스크림 한입씩 먹으면서 아이의 이야기에 관해 반응하고 들어주세요.
갇힌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는 자신의 느낌을 온전히 바로 말할 수 있습니다.
3. 가끔은 모르는 척 어려운 질문을 던지기
"OO아 사람들은 왜 살아가는 것 같아?"
"너라는 사람을 단어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할 거야?"
당장 아이에 입에서 대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잠깐이라도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해 보았다면 그것이 좋은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아이가 엄마의 생각을 물어본다면 엄마도 대답해주세요. 궁금함에서부터 생각이 시작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것이기도 하지만 아이들 별로 생각이 참 달라요.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대답, 저런 상황에서는 저런 대답.
한 번은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에게 질문했습니다.
"얘들아 너네 라면이 된다면 어떻게 할 거야?"
"저는 봉지 속 스프랑 후레이크 친구들이랑
탈출 방법을 생각해 볼래요.
인간이 알아채면 스프가 먼저 매콤한 가루를 뿌려
제압할 거예요. ㅋㅋ"
(꺅 귀여운 상상이얌)
"저는 국물 라면 싫어하고 짜장라면만 먹는데요?"
(자네 취향이 확고하군)
"저는 몸이 부서지지 않게 조심할 거예요.
아빠가 라면 끓여주실 때 남은 봉지 안에
라면들이 조금 부서져 있던걸 본 적이 있어요.
원래 라면과 한 몸이었을 텐데
라면 입장에서는 떨어져서 서운할 것 같았어요."
(올 예리한 관찰력과 대입 능력 좋아)
"저는 음... (10초 생각) 선생님,
근데 그거 튀긴 라면이에요? 말린 라면이에요?"
(WOW 핵심을 찔렀어)
"저는 그냥 가만히 있겠습니다. 움직여도 안 움직여도 모든 것엔 어차피 죽을 날이 와요.
그냥 냄비에 퐁당 들어가서 사우나하다가
바이바이 하는 게 나을것 같네요."
(최소 인생 2회차 이신 분)
물론 이런 질문에 대답해주는 아이들 고마웠고요, 5랑합니다.
간단한 질문에도 천차만별인 대답.
이 아이들이 더더 깊이있게 세상에 대해 사유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이들은 각자의 특성에 맞는 분야에서 정말 멋진 사람이 되어있을지 모릅니다.
우리가 들으면 딱딱하다고 느끼는 철학은 말랑한 생각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 말랑함의 시작은 아이들에게서부터 시작되고요.
아이들에게 잠시만 눈을 감고 생각할 틈을 주는 것이 어떨까요?
눈을 잠시만 감으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이고 느껴질 텐데 말이죠.
재미있는 동시하나 올리고 갈게요.
정 많은 정쌤은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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