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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도서 추천]: 중동 문화 이해하기_ 돈가스 안 먹는 아이
안녕하세요. 정 많은 정쌤입니다. :)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의 식습관이 있어요, 향이 강한 음식을 못 먹는 사람, 해산물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어떤 아이는 목이 따가워 탄산음료를 단 한 번도 먹지 못한 친구도 있지요.
그래서 함께 단체 역사기행을 가거나, 수업 중 간식을 마련할 때도 각자의 기호와 체질을 고려하여 정하려고 노력하죠. 조금 번거로울 때도 있지만, 맛있게 먹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뿌듯함을 느끼곤 합니다.
남을 배려하는 것은 쉽지 않을 때가 있죠,
조금만 더 신경 쓰고 이해하면 될 일이라고 말하지만 내 입장에서만 보았을 때,
그 쉬운 것이 ‘이상함’으로 보이게 됩니다.
상상해 볼게요.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친구가,
돈가스를 먹지 않는다면?
돼지고기가 들어간 모든 음식을 거부한다면?
놀던 중 기도를 한다고 나가버린다면?
그래서 이 책으로 수업을 하는 2학년 친구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친구니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난 못해. 돼지고기 안 들어간 음식이 어딨냐?”
“이해 못 해주면 상처받을 것 같아..”
이해할 수 있다, 없다.
여러 입장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어요.
이런 친구가 있다면, 음식을 고르는 것도, 신나게 노는 시간도 그때그때 정할 수 없어요.
신경 쓰이는 것도 많고, 친해지기도 쉽지 않을 테죠.
이 책의 주인공인 아부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초등학생입니다. 아버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 교수였는데,
기독교를 알리려던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이유로 아부네 가족은 쫓겨나듯 도망쳐 온 것이죠.
아부는 같은 반 친구들과 자주 부딪혀요. 음식, 문화, 생김새 때문에 놀림을 당하거나 함께하지 못합니다.
아부는 화가 나고 억울해하죠.
책을 읽으면서, 아부를 놀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저 짓궂다고 표현하기는 모자란 것 같아요.
아이들에겐 아부라는 친구를 이해해 줄 문화 설명이 안된 것처럼 보였다는 사실.
중동지역 국가에 대한 문화와 음식을 충분한 설명을 통해 알고 있었다면, 아부를 이해하기 조금 더 수월했을 테니까요.
문화는 무조건적인 이해를 수반하지 않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볼 시간은 필요해요.
그리고서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이죠.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문화가정과 새로운 문화를 소개 및 이해시킬 때 쉽게 접근하기 알맞은 책이에요.
글씨가 많지 않아, 그 자리에서 편안히 앉아 짧은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어 보입니다.
학교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초등학교 친구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인 듯싶어요.
책 속 중간중간 이슬람 종교의 특징과 역사적 교류 사실이 설명되어있어요.
초등 교과연계 중 2학년 1학기_ 다문화 가족, 다양한 문화에 관련된 책이라서 교과연계 독서로도 좋을 것 같습니다. 3학년 2학기_ 다양한 삶의 모습들과도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많죠.
그래서 2학년, 3학년 친구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 4학년 친구들이 가볍게 읽기도 좋아요.
아랍, 중동 하면 고정관념 있죠? 그것을 다뤄주는 부분이 특히나 좋았답니다. 우리가 무심코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옳고 그름의 잣대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이죠~
책에서는 과거 신라시대와 고려 시대에 중동과 교류 흔적이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무인석을 세워 왕과 왕후의 무덤을 지키기도 하고, 물건을 사고팔기도 했다는데, 이에 대해선 최근에 의견이 분분하다는 점.
무인석이 페르시아인을 본떠서 만든 것이라면 9세기 중반 신라에 서역인이 존재했어야 하나, 그 무렵 당나라는 서역인의 활동을 단속했고, 신라 역시 혼란기였기 때문에 서역인의 신라 거주 가능성은 낮다고 반박 측은 이야기합니다. 더군다나 당시 신분이 낮았던 페르시아인을 왕릉을 지키는 무인석으로 만들 리가 만무했을 거라는 주장도 추가해서요.
역사가 이래서 어렵죠~
정확히 고대 페르시아와 신라의 교류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으나, 교류와 무역에 의미를 두는 것이 설명해주기 수월한 듯싶습니다. 대한민국과 중동 국가의 관계성에 대해 짚고 가기 좋아요.
그리고 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고속도로 공사를 위해 건설노동자들이 갔던 이야기도 곁들어주세요.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경제 이야기도 할 수 있답니다.
수업의 끝에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기 전,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았답니다.
처음에 한 질문과 달라진 생각이 있냐고 말이죠.
“음.. 그 친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함께 중동 음식도 먹어보고, 문화체험도 해본다면 저도 모르게 그 친구와 친해져있을 것 같거든요.”
한 아이가 한 말이었으나, 많은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 이야기였답니다.
새로운 문화를 대할 때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준다면, 거리낌 없이 체험해 본다면 비로소 경계선은 허물어지죠. 관계는 그렇게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먼저 손 내밀고 껴안을 때요.
이 이야기를 듣더니, 장난꾸러기 남학생은 아부에게 이렇게 이야기할 거라고 하네요.
“대박! 너 돈가스 못 먹니? 나는 브로콜리 못 먹어! 잘 됐다. 우리 바꿔 먹자!”
증맬, 널 어쩌면 좋니 ㅎ
속 보이는 대답에 막판에 다들 빵 터졌답니다.ㅋㅋ
정 많은 정쌤은 내일 다시 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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