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가와 함께하는 글쓰기 컨설팅] _ 10. 사물 하나를 오랫동안 바라보라
우리 주변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물들이 있다. 집 안에서도 무수한 물건들이 많지만, 베란다로 나오거나 길거리를 나가면 더 많은 사물이 홍수처럼 눈에 들어온다. 그렇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배경 묘사를 한 번 하려고 해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는 살면서 내 주변의 사물들을 너무 쉽게 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사물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없다.
물론 그 물건을 처음 샀을 때는 좋았을 것이다. 뭐든 새 물건을 사게 되면 처음에는 아끼고 좋아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그 감정은 희미해진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 물건을 대하기는 쉽지 않다.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친한 친구도 시간이 가면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무슨 일이든 흐트러지지 않고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글을 잘 쓰려면 그 물건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막상 그 주제로 글을 쓰려고 하면 후회하게 된다. 그래서 한 물건을 관심 있게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즉 가만히 앉아 어떤 사물을 가만히 바라보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온갖 생각이 다 들게 된다.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거나, 맛집에 가서 음식을 보면서 시각적으로 느끼는 감정 등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런 것들을 접하면서 먹는 즐거움도 좋지만 그 사물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내면적으로 얘기를 나누는 것도 좋은 일이다.
예를 들면 물컵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처음에는 괜한 짓을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면 생각지 않은 글감을 얻을 수 있다. 종이컵에 담긴 물이지만 여러 생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종이컵은 왜 물에 젖지 않는 것일까.
종이컵은 불쌍하다.
사람들이 한 번 먹고 생을 마감하는 신세니까.
그리고 종이컵이 마치 사람이 된 양 말할 수 있다.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 엄마가 누굴까.
나는 어떤 나무일까. 나는 언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렇게 종이컵을 의인화시킬 수도 있는 일이다.
또한, 창밖의 나무 한 그루를 보고도 글을 써 보는 방법도 좋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자기 내면적인 세계를 들여다본다.
'내 마음이 왜 이리 흔들리는지 모르겠다. 그 사람을 만나야 할지 안 만나야 할지. 사랑 고백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옷은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할지…….'
화자 마음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것을 보고 나뭇잎에 비유하는 것이다.
또는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고 불안한 심정을 그려도 되고, 푸른 잎을 보고 나이 든 사람은 과거의 청춘을 회상하는 것도 좋다.
‘가냘픈 저 잎은 큰바람에도 이겨내는데 난 작은 일에도 이렇게 불안을 떠는 것일까. 나는 왜 용기가 없는 것일까’
하는 식으로 표현해도 좋다.
이렇듯 어떤 사물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온갖 생각이 다 든다. 그 생각을 잘 모아서 글로 옮기게 되면 훌륭한 글로 탄생하게 된다. 또한 그 사물에 대한 경외심도 생길 수 있다. 사물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연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은 그만큼 정서도 황폐해 있다는 증거다.
그러므로 항상 사물에 대한 깊은 관심을 두고 바라보는 습관을 들였으면 한다. 내가 먼저 관심을 가지게 되면 상대방도 관심을 주게 돼 있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면 된다. 나 이외의 모든 자연에 관심 어린 눈빛으로 관찰하고 가까이하라. 시간적 여유를 갖고 가만히 바라보다 보면 그것 또한 좋은 수행이 되기도 한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무엇이든 꺼내서 앞에 두고 생각하면 된다. 하나둘 습관이 붙게 되면 나중엔 자연스레 그 행동이 일어난다. 사물과 오래도록 바라보다 보면 마치 대화하는 느낌도 들 수 있다. 무엇이든 오래도록 가까이하면 친숙해질 수밖에 없다. 종이컵과의 대화를 하다 보면 나중에 종이컵을 사용할 때 과거에 나누었던 기억이 되살아날 것이다. 관심 없는 일은 빨리 잊히지만 관심을 둔 일은 기억에서 오래간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 된다.
그냥 그 사물을 쳐다보기만 하면 된다.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지 않고도 스스로 자기 세계를 만날 수 있다.
copyright © 글동네 by 정 많은 정쌤.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무단복제 및 무단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