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글쓰기]: 우리 아이는 인풋이 없어요.
안녕하세요. 정 많은 정쌤입니다.
오랜만에 미세먼지 없는 공기로 마스크를 하지 않아 행복했는데요, 미세먼지가 있는 날은 어른들도 호흡기 걱정이지만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이 더 염려스럽답니다. 매일 공기가 좋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처럼 하늘이 맑고 쾌청한 날 쌀쌀하긴 했지만 그냥 막 기분이 들뜨네요.
어머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 걱정 반, 뿌듯해 하심이 반입니다. 걱정은 부모로서 아이의 부족한 점이 보이기 때문에 하시는 것 일테고, 뿌듯함은 실력이 향상되거나 아이가 독서와 글쓰기를 즐거워 한다는 점에서죠.
그 중 한가지
"선생님 저희 아이는 인풋이 없어요.
그래서 인지 글이 잘 안나오는것 같아요."
인풋은 영어로서의 해석인 입력, 즉 아이가 글을 쓰기 위한 배경과, 주입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어요.
그런데 진정 인풋이 있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 중 초등학교 4학년부터 만나 함께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어머니의 말대로 아이에게 인풋은 전혀 없었고, 글을 써본 경험도 많지 않았어요. 프랜차이즈 논술학원을 몇 개월 다녔지만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해 그만 둔 사례였죠. 그래서 어머니는 처음부터 아이가 배경훈련이 되지 않는 것과 글을 문단형식으로 쓸 수 있게 하는 것을 요청했답니다.
그런데 정쌤은 어머니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이의 문제는 우선적으로글쓰기와 독서에 경험과 흥미가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문장으로 된 긴 글을 바라는 것은 단추를 잘못 꿰는 것과 같지요.
틀을 잡아준다면 어떻게 든 쓸 수 있게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이 진정 아이가 행복하게 글을 쓰는 방식일까요.
아이의 미래를 생각해보았을 때 선생님의 진정한 역할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와 수업 시 대화를 통해 갖고 있는 생각을 꺼내보는 방식으로 아이의 고민과 생각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처음엔 소극적이었던 아이도 점점 말과 소통에 흥미를 보이며 적극적인 수업참여 모습을 나타내었어요.
그러다가 한 문장 한 문장 자신의 생각을 종이에 옮기게 되었고, 주제를 정하여 글쓰기 하는 수업에서 기대 이상으로 긴 문장을 써내려가더군요.
아이의 성장을 피부로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시간이 지난 뒤 아이의 글을 보시고 “정말 저희 아이가 쓴 글 맞나요?” 라고 되물으시기도 했답니다.
초등 글쓰기는 인풋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의생각과 말을 하려는 능력이 글쓰기를 만드는 것이죠.
배경과 지식은 그 다음입니다.
그러나 배경과 지식은 글쓰기가 심화된 이후 거쳐야 할 필수적 요소입니다.
이것이 없다면 그저 느낌과 생각에서 그치는 글이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당연히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하니까요. 그래서 고등부 아이들에게 인문학 및 전공 관련 책을 추천하거나 사회관련 배경지식 및 주제별 학문 강의하는 것도 앞서 제시한 이유가 된답니다.
초등 글쓰기를 쉽게 하기 위해서 무조건적인 주입으로 글을 대하는 태도는 언제라도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글은‘만드는 것’이 아니라‘쓰는 것’입니다. 나의 생각을 쓸 수 없다면 진정한 글쓰기의 맛을 본적이 없는 것이죠.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 중 글과 친하지 않지만 충분한 대화와 경험으로 글을 쓰는 친구들은 분명 있습니다.
이 아이들도 끈기 있게 차근차근 따라와 주었던 덕분에 기초가 탄탄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이죠.
제가 강조하는 인풋은‘경험’과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겪었던 일을 친구들과 선생님고 나눔으로서 객관적인 생각으로 판단 과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나의 생각을 수정할지 유지할지 고민하게 되죠. 이 과정에서 주장이 생기며, 표현력도 늘어난답니다. 이것은 일반글쓰기를 할 때와 문학 창작 글쓰기를 할 때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죠.
또한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을 꼭 인풋으로 넣어주려고 합니다.여행이란 자유로움 속에서 진정한 공부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실제 사례로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잠시 앉아 글을 쓰거나, 다녀와서 글을 쓰면 깜짝 놀랄만한 멋진 글이 탄생하게 되는것도 이러한 인풋의 효과일겁니다. (불현 듯 시인 예이츠의 고향인 아일랜드의 이니스프리섬에 앉아 열중하여 시를 짓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이니스프리의 풀밭은 싱그럽고 참 예뻤습니다. :D)
© davealmine, 출처 Unsplash
아이를 위해 고민하시는 어머님들 감사합니다. 정말 위대하고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된다는것은 말이죠.
그러나 너무 많은 고단백의 영양식과 가짓수 많은 반찬으로 아이를 체하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셔야 하지 않을까요?아이가 제대로 성장하는 데는 균형 잡힌 식사와 필수 영양소면 충분합니다.그리고 꾸준한 운동도 함께요.
그러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 분명합니다. 스스로가 가진 뿌리의 힘으로 말이죠.
진정한 글공부는 진정성 있게, 꾸준히를 믿는
정 많은 정쌤은 내일 다시 올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