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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함께하는 글쓰기 컨설팅] _ 39. 백일장에서 당선의 기준은 무엇인가?

정 많은 정쌤 2020. 5. 14. 17:59

 

년 시절 백일장에 참여했던 기억이 수십 년 지난 지금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글쓰기 대회다.

글쓰기에 소질이 없더라도 그 당시 학교에서는 현충일, 6, 25한국전쟁, 한글날을 비롯해 국가 행사가 있는 날은 백일장을 열었다.

그 외 교외 대회도 종종 있었는데 외부 대회는 문예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을 참여시켰다.

필자도 필기도구를 들고 백일장에 참여한 일이 많았다.

문예부장직을 하면서 학교 교지와 신문을 도맡아 제작했으니 백일장은 거의 의무적으로 참여했던 것 같다.

백일장에 참여했지만 아무런 전략이 없었다.

선생님은 참여만 시켰지 어떤 식으로 글을 쓰라는 말은 일절 없었다.

그저 내 실력대로 백일장을 치르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난 생각잖게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일이 많았다.

중요한 것은 심사위원들이 내 글의 어떤 부분을 보고 상 준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의문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알려주는 사람은 없고, 나는 그저 또다시 대회 나가서 내가 쓰는 방식대로 쓰고 올 뿐이었다.

이렇게 반복하다가 성인까지 된 것이었다.

필자가 작가로 데뷔하기 전까지는 그 어떤 지도를 받은 적이 없었다.

나 홀로 고민하고 나 홀로 여러 책을 섭렵하며 습작했다.

그 후 글쓰기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면서 의문을 가졌던 것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애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백일장이 가진 속성을 연구했다.

백일장뿐만 아니라 문단 데뷔 코스도 눈여겨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수학처럼 정확한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공부를 1등 하는 아이는 항상 1등을 고수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백일장은 당선할 때도 있지만 등위에 들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학교 성적과 비교하면 도무지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위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표면적으로 볼 때 심사위원들이 가진 개인 성향일 수 있다.

음식 먹을 때 고기반찬을 좋아하면 고기반찬에 손길이 가듯 심사위원들도 자기 구미에 맞는 작품을 뽑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전부 그렇다고 단정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대개 그런 흐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적을 알아야 승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보가 필요하고 그에 따른 훈련이 요구된다.

가만히 먼 산만 쳐다보고 있다면 될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다.

인터넷 시대가 말하는 것처럼 정보 활용을 잘해야 한다.

대회의 성향, 심사위원들의 성향, 글제 등등 기본적인 것들은 일찌감치 숙지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지역적 텃세도 있음을 간과해야 하고, 때로는 지역 안배 차원에서 상을 분산시키는 일도 종종 있다.

그 외 드문 일이긴 하나 개인적 친분으로 인한 소소한 비리도 일부 일어나기도 한다.

백일장 심사위원들은 행사 직전이나 심사 발표하는 자리에서 자주 거론되는 말이 있다.

가장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얘기가 문장력이다.

기본적으로 문장력이 부실하면 아무리 좋은 내용의 글과 구상을 했더라도 수상자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심사평의 그 중심에는 항상 문장의 탄탄함을 요구한다.

그리고 시어나 표현력, 신선한 주제, 식상한 스토리 등속도 가끔 심사평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자기가 무슨 이유로 당선되고 낙선했는지 알기 어렵다.

심사위원들이 하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실제로 내 작품을 스스로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때 시험 치고 나면 선생님과 함께 시험문제 풀이를 하지만 백일장은 그런 기회가 없다.

가르치는 전문 선생님이 없으면 스스로 판단해야 하니까 스스로의 병을 알 수도 없다.

자신의 병을 정확히 모르니 처방을 어떻게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태에서 다음 대회를 나가게 되면 좋은 성적은 여전히 기대하기 어렵다.

좀 답답하긴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어떤 시어, 표현력, 구성해야 하는지 일일이 나열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시어도 남들이 많이 쓰는 것은 피해야 하므로 시어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요구된다.

그래서 그 시어가 작품에 적절한지 잘 살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시어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그 진가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주지해야 할 게 있다.

글 쓰는 사람에게 백일장과 문단에 데뷔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것에 족쇄로 묶이거나 노예로 살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문단 원로 신경림 시인이 백일장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강연했던 말이 떠오른다.

난 학창 시절에 단 한 번도 백일장에서 상을 타 본 일이 없다.

그 말을 들은 학생들은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 시인이 학창 때 상을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는 소리가 곧이 들릴 리 없다.

하지만 신경림 시인은 떳떳하게 말한다.

그 속뜻은 무엇이겠는가?

너무 상에 연연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자기처럼 훌륭한 시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자신의 글을 써보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적어도 예술의 순수성을 말함이다.

현실적으로 상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수상 여부에 따라 대학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자격이 되고, 문단에 데뷔할 수 있으니 이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백일장을 비롯한 각종 대회에 참가할 때 철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고배를 마실 수 있으니 유의하라는 얘기다.

길도 잘 아는 사람이 헤매지 않는 법이다.

 

아는 만큼 길은 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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