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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함께하는 글쓰기 컨설팅] _ 9. 남의 작품을 따라 쓰는 것은 개성을 잃어버리는 것

정 많은 정쌤 2020. 3. 18. 17:35

 

세상에 책은 넘치고 넘친다. 그 많은 책 중에는 인기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흔히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끈다. 서점에 가게 되면 베스트셀러를 비치해서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그 책에 손이 가기 마련이다. 그냥 인정해 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한편으론 베스트셀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과도한 광고에 의한 자본주의식 방법으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리는 경우도 있고, 언론을 활용하거나 출판사에서 사재기 등을 통해 베스트셀러 만드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그릇된 출판사 행태를 비판하는 기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던 얘기다. 어떻든 이롭지 못한 방식으로 독자를 현혹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아직도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수 있는 것은 각종 문학상이다.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문학상 종류는 무려 400개를 넘어선다. 하루에 한 명 이상에게 문학상을 수여한다는 얘기다. 아마 전 세계에서 이러한 예는 없다. 그런데도 문학상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책 표지에 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면 거기에 호감이 가는 것이다. 특히 작가를 꿈꾸는 사람에겐 더욱 마음을 사로잡게 만든다. 그래서 그들은 그 작품을 몇 번이나 읽기도 하고 필사를 하며 습작하기도 한다. 시쳇말로 따라쟁이 공부인 셈이다. 이런 현상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잘못 습관 되면 자기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자기 문장은 없고 남의 문장을 차용하는 결과다.

남의 노래를 모창하는 사람은 아무 잘해도 노래 원곡자를 따라, 갈 수 없는 법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남의 작품을 계속 따라 쓰다 보니 자기 개성은 사라지고 모창처럼 남의 문장으로 도배하고 있다. 국내 작가들은 대부분 필사에 대한 부분은 긍정적이다. 학원이나 일선 대학에서도 그런 교육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안 할 말로 ‘못나도 내 새끼’라는 말이 떠오른다. 우리나라 문학작품을 보면 문장들이 거의 엇비슷하다. 이야기도 엇비슷한 경우가 허다하다.

자기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자기 개성이 있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기 문장, 자기 세계를 그려야 한다. 그게 예술가의 기본적 자세라고 생각한다.

한국문학이 크게 뻗지 못하는 경우도 여기에 기인한다. 시대에 따른 변화도 잘 감지해서 대응해야 한다. 지금은 장편소설도 과거에 원고지 1,200매 내외이던 것이 500매 내외로 대폭 줄어들 만큼 세상은 변했다.

앞으로 원고지 매수에 구속되어 작품을 쓰는 일은 없어졌으면 한다. 글을 쓰는 데 너무 간섭이 많으면 제대로 예술품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각종 문학상 공모도 마찬가지다. 항상 심사위원한테 들은 얘기는 문장 얘기다. 문학작품이 작품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독자들의 시선은 전문가의 입장과 눈높이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어차피 작품을 쓰려면 독자에게 울림이 있는 글로 써야 한다. 독자들은 영화나 책을 읽고 나면 문장이 이러니저러니 하지 않고, 재미있나, 없나를 논한다.

이 점을 잘 유의해서 작품을 쓸 필요가 있겠다. 그러므로 유명세를 생각하여 문장 공부한답시고 막무가내 필사하는 버릇은 고칠 필요가 있다. 나만의 글을 쓰기 위해서 스스로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남들한테 인정받기 위해 쓰는 행태는 고칠 필요가 있다.

연탄공장 옆에 살 게 되면 내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검정이 묻어나는 법이고, 욕 잘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욕을 하게 되는 법이며, 폭력을 잘 쓰는 사람 곁에 있으면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으로 변질할 우려가 크다. 맹모삼천지교를 잘 생각해보라. 그래서 글을 제대로 쓸 마음이 있다면 해답부터 보고 문제를 푸는 방식을 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 글을 써야지 남의 글을 왜 써야 하는지 자문자답했으면 한다. 참새는 참새 소리를 내야지 부엉이 소리를 낼 수 없듯이 자기 목소리를 잘 구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훌륭한 작품을 쓰고 싶으면 ‘남의 작품을 단 하나도 읽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 뜻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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